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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박 5일 혼자 대만여행] 2탄 - 지우펀에서의 첫날밤

[4박 5일 혼자 대만여행] 2탄 - 지우펀에서의 첫날밤


  대만 타이완타오위안 공항

타이완타오위안 공항 도착예정시간이 오후 4시였는데 지연되는 바람에 5시가 넘어서 도착했다. 밖에 나와보니 해가 벌써 지고 있었다. 날도 흐리고 바람이 많이 불었다. 공항 안에서는 일정이 완전 늦었다는 생각에 정신이 없어서 사진을 하나도 못 찍었다.

공항에서 입국수속을 마치고 나와 바로 왼쪽으로 가서 유심칩을 구입했다. 통신사 세 개가 일렬로 있었는데 나는 중화전신에서 5일에 300위안하는 B타입으로 샀다. 중화전신 직원이 유심침도 갈아끼워주셨다. 

그리고 다시 뒤로돌아 파란색 띠가 있는 인포메이션 센터같은 곳에 이지카드를 사러 갔다. 이지카드는 한국 티머니처럼 버스나 지하철 탈 때 찍고, 돈이 부족하면 재충전해서 사용할 수 있는 대만의 멀티 교통카드이다. 이지카드는 환불이 안된다. 

카드를 사면서 중샤오푸싱으로 가는 버스 어디서 타는지 물어봤는데 친절하게 타도 되는 버스 번호도 여러개 알려주시고 가는 버스터미널로 가는 길도 알려주셨다. 지우펀으로 가려면 타이완타오위안 국제공항에서 버스를 타고 중샤오푸싱으로 간 다음에, 거기서 지우펀 행 버스로 갈아타야한다. 





일단 중샤오푸싱으로 가기 위해 매표소에서 1960번 타이페이 시내 행 버스 표를 구입하고 6번 승차장에서 기다렸다. 1960번 버스표 값은 어른 한 명에 145위안이다. 기다리고 있는데 어떤 아저씨가 와서 어디까지 가냐 물어보고 캐리어에 번호표를 붙여줬다. 그리고 나한테도 하나 줬다. 내릴 때 캐리어 찾기 편했다. 나중에 귀국해서 안 건데 인천공항에서도 버스타면 이렇게 하더라..! (몰랐음.)



대만에서 포켓 와이파이 안하고 유심칩으로 하길 정말 잘했다. 언제 어디서나 빵빵 잘 터졌다. 자유여행이다 보니까 구글맵이랑 인터넷을 정말 많이 사용했는데 부족하지도 않고 속도도 빠르고 굳 초이스였다. 포켓 와이파이는 작동 복불복도 심하고, 기기를 들고다녀야하기 때문에 혼자 여행가는 거면 유심칩을 추천한다.

타이완타오위안 국제 공항에서 중샤오푸싱까지는 한시간 반 정도가 걸린다. 저녁시간이었는데 일요일이어서 그랬는지 차가 엄청 막히진 않았다. 타이페이 시내에서 조금 막혔다.




버스 내부 조명이 엄청 힙했다. 버스에서 잠깐 잘까 했는데 중샤오푸싱이 종점이 아니어서 마음놓고 잘 수가 없었다. 그래서 경치 구경을 했다. 아 비행기에서 기내식 먹고 나서 아무것도 못 먹은 상태여서 배가 엄청 고팠다. 인터넷 찾아봤을 때, 대만에서는 버스나 지하철에서 물도 껌도 먹으면 안된다고 해서 꾹 참고 있었는데 옆에 앉은 분이 과자를 뽀시락 하면서 먹었다. 근데 혹시나 해서 그냥 꾹꾹 참았다 ㅠㅠ




아, 대만 교통은 한국이랑 똑같다. 운전석 위치, 운전하는 방향도 똑같고 지하철이나 버스 이용하는 것도 별 다를 게 없었다. 

익숙해서 좋았다.



지우펀에 도착하는 시간을 조금이라도 빠르게 하려고 버스에서 코인락커 위치와 지우펀 행 버스 정류 위치를 찾아봤다.

코인락커는 태평양 소고 백화점 지하 3층에 있다. 태평양 소고 백화점은 1960버스를 타서 중샤오푸싱 정류장에서 내려서 그냥 거 바로 앞에 있는 건물로 가면 된다. (아래 지도 참고! 하트 있는 곳 버스하차.) 바로 앞에 있는 입구로 들어가면 안에 명품관 비스무리하게 나오는데 쭉 가다가 에스컬레이터 타고 지하 3층으로 쭉 내려가면 코인락커가 있다. 

태평양 소고 백화점 코인라커는 무료인 대신 당일 보관만 가능하다. 나는 그건 몰랐다. 다음날 찾으러 가서 내 락커 비밀번호 입력했는데 문이 안열려서 당황했다. 지하 2층에 있는 인포메이션 센터에서 보관 중이었다. 깜짝 놀랬다.



  중샤오푸싱 태평양 소고 백화점

지하 3층은 푸드코트인데 에스컬레이터 타고 내려와서 뒤로 돌아서 쭉 가면 오른쪽 구석 벽에 아래 표지판이 보인다. 여기에 무료 코인락커가 있다. 저녁시간이었고 백화점에 사람들도 많았는데 빈 락커가 꽤 남아있었다.




44번 락커에 캐리어를 넣고 비밀번호도 잘 설정해서 잠궜다. 그리고 폭풍같이 질주해서 지우펀으로 가는 버스를 타러 갔다. 지우펀으로 가는 1062번 버스는 아까 버스 하차한 그 곳에서 타면된다. 

백화점에서 딱 나와서 헤매다가 정류장에 갔는데 마침 1062번 버스가 사람들을 태우고 있었다! 타이밍 아주 좋아. 보슬비가 오고 있었는데도 사람들이 길게 줄 서있었다. 줄 끝에 서서 마지막으로 버스를 탔는데 하마터면 버스 만차돼서 못 탈뻔 했다. 



중샤오푸싱에서 지우펀까지는 1062번 버스를 타고 1시간 20분 정도 걸린다. 1062번 버스에서도 눈 크게 뜨고 경치 감상하면서 가다가 '지우펀~' 뭐시기가 들리길래 내리려고 맨 앞으로 갔다. 근데 내가 내릴 정류장이 아니었다!!!! 기사님이 다음 정류장에서 내려야한다고. 다음이 지우펀이라고 알려주셔서 진짜 다행이었다. 정류장 사이가 꽤 멀어서 큰일날뻔했다!! 산길 운전도 엄청 잘하시는 배테랑 기사분이었는데 정말 이 포스팅을 빌어 다시 한 번 감사의 말씀을.....! (-  -)(_ _)



  지우펀 Old Street

아무튼 버스를 타고 23개의 정류장을 지나서 산길을 구불구불 한참 올라가다보면 나오는 Jiufen Old Street에서 내리면 된다. 내가 도착했을 때는 비도 많이 오고 홍등도 거의 꺼져있었다. 홍등 기대하면서 설레는 마음으로 왔는데 조금 아쉬웠다. 그래도 내가 혼자 지우펀까지 무사히 왔다는 사실에 스스로 감동 먹었다. 나새끼 대단하다.




버스 내린 곳에서 숙소 플립플랍 호스텔(Flipflop hostel) 까지 10분 정도 걸어야 했다. 지우펀  골목 통해서 가야했는데 가면서 보니까 상점문은 거의 다 닫고 길거리 청소를 하고 있었다. 너무 배가 고팠는데 열려있는 곳은 기념품 상점이나 간식거리 상점이었다 ㅠㅠ 상점도 문을 닫고 홍등도 다 꺼졌지만 이때까지만 해도 관광객이 많이 있었다.

숙소로 직행하다가 잠깐 빠져서 다른 길로 가봤는데 홍등이 환하게 켜져있었다! 조금이었지만 정말 예뻤다. 기분이 살짝 좋아졌다. 히히.




배가 진짜 너어어무 고팠는데 마침 열려있는 식당을 발견했다! 문 닫을까봐 메뉴도 안보고 일단 들어갔다. 테이크 아웃도 가능해서 만두랑 간장밥(?)을 주문했다. 직원분들이 엄청 친절하게 대해주셔서 고마웠다. 몸도... 마음도... 많이 지쳐있었는데... 친절한 마음씨.... 감사감사...(-  -)(_ _)



먼저 주문하고 기다리는 팀이 있어서 조금 기다렸다. 이... 목 꺾인 닭들을 보며.... 5초 이상 쳐다볼 수가 없었다. 닭이 저렇게 머리까지 붙어있는 채로 식당에 매달려 있는 건 처음봤다. 허허. 

이 식당의 이름은 小師父(소사부, xiaoshifu)다. 만두랑 밥 말고도 메뉴가 다양했다. 숙소가서 먹어보니 맛도 정말 괜찮았다! 포장된 걸 받고 숙소로 나서는데 간판 불이 꺼졌다. 조금 더 늦게 도착했으면 이 맛있는 늦은 저녁도 못 먹을뻔했다. 타이밍 굳



상점이 들어서있는 골목이 끝나면 이렇게 어두운 길로 들어서게 된다. 이 길에는 가로등이 어쩌다 하나씩 있어서 정말 어두컴컴했다. 비도 오고 깜깜하고... 많이 무서웠다. 사람도 한 명도 없었다. 그래도 경치는 열심히 감상했다. 한국과는 정말 다른 느낌의 대만 지우펀의 건물들, 높은 곳에서 바라보는 지우펀의 야경. 사실 아침의 지우펀 풍경이 더 기대됐다. 맑으면 맑은 대로, 비오면 비오는 대로 색다른 느낌을 받을 수 있는 곳일 것 같았다.





어두운 거리는 무서웠지만, 이렇게 뚜벅뚜벅 걷다 보니까 내가 정말 이 곳에 있다는게 느껴졌다. 조금 전까지는 심적 압박감이 많았는데, 좋아하는 분위기의 길을 걷는 나를 발견하고는 실실 웃음이 났다.





좋은 마음도 잠시... Flipflop 호스텔 건물을 못찾아서 한참을 헤맸다... 우산들고 어두운 길을 헤매니까 점점 겁이 났다. 같은 계단을 다섯번 오르락 내리락 하고 계속 지도도 확인했는데 간판이 눈에 안보이길래 멈춰서 전화를 하려고 했다. 근데 저 앞에서 "Do you need a help? Um..... 김유리임?" 이러는게 아닌가? ㅋㅋㅋㅋㅋ 숙소 직원이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숙소 건물 앞에서 완전 바보처럼 헤매고 있었다. 그 분 안나와 있었으면 진짜 어떻게 할 뻔 했냐 ㅠㅠ




  지우펀 FlipFlop Hostel(플립플랍 호스텔)

FlipFlop 호스텔은 인터넷에서 예약만 하고 결제는 숙소에 도착해서 현금으로 지불했다. 1인실 1박에 한국돈으로 4만원 정도였다. 사무실 건물이랑 숙박객이 잠을 자는 건물이 따로 있었다. 사무실에서 결제하고 방키 받고 설명 들은 후에 옆 건물로 넘어가서 짐을 풀었다. 사실 저 때 정신이 하나도 없었기 때문에 뭘 설명해주셨는지 기억이 안난다. 아 영어를 엄청 잘 하셔서 의사소통에는 문제가 없었다.



지우펀의 첫날밤! FlipFlop Hostel 1인실에서 보냈다. 건물의 젤 위에 있는 방인데 가파른 나무계단을 조금 많이 올라가야 했다. (아래 사진 참고) 1층은 거실과 주방이 있는 공동 공간이고 2층은 화장실과 샤워실, 다인실이 있다. 그리고 그 위인 3층에는 1인실과 루프탑이 있다. 

1인실은... 음.... 완전 대만풍이었다!!! 혼자 쓰기에 충분히 넓은 침대, 책상과 스탠드도 있었고 전기장판도 있었다! 아주 뜨뜻하게 잘 잤다. 대만 가기 전에 지우펀에서 엄청나게 큰 바퀴벌레 봤다는 말을 들어서 긴장하고 있었는데 다행히 숙소에서 개미 한 마리도 안보였다.





일단 책상에 짐을 촤르르 풀고 아까 소사부에서 사온 저녁거리를 먹었다. 만두도 진~짜 맛있었는데 저 밥이 대박이었다. 무슨 메뉴였는지 정확히 기억 안나는데 간장이었나 돼지기름이었나... 무슨 소스가 뿌려져 있어서 비벼먹을 수 있는 밥이었다. 순삭.




난 정말 바보가 맞았다. 중샤오푸싱 소고 백화점에서 락커에 캐리어 보관하기 전에 세면도구랑 렌즈세척액 등등을 빼서 배낭에 넣었어야했는데 바빠서 막 움직이다가 생각도 못하고 안챙기고 그냥 와버렸다. 그래서 내 배낭에는 렌즈 세척액을 비롯한 세면도구가 하나도 없었다. 수건도 없었다.

하... 얼마나 급했으면 1층 공동 거실에서 만난 '안경 쓴' 중국분한테 "리뉴.. 옵티프리.. 있으세요....?"를 물어봤겠냐... 잠옷으로 다 갈아입었는데 다시 축축한 외출복으로 갈아입고 숙소 왔던길을 되돌아 버스 내렸던 정류장 쪽으로 갔다. 거기에 큰 세븐일레븐이 있었다. 

이제 관광객도 다 사라졌고 남은 건 어두운 골목길과 나 뿐이었다. 너무 무서워서 우산이랑 지갑 들고 엄청 뛰었다. 가서 칫솔도 샀어야했는데 렌즈 세척액만 사고 나왔다. 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진짜 멍충했다. 수건은 사무실가서 하나 받아서 썼다. 호스텔이어서 수건도 원래 안주는데 불쌍해보였는지 흔쾌히 주셨다. 거기 사무실에 앉아있던 사장님 친구로 보이는 분이 나를 엄청 이상하게 쳐다봤다 ㅜㅜ 샤워실에 샴푸랑 바디워시는 있었다.



지우펀 플립플랍 호스텔 내부는 목재로 지어져 있었다. 전체적으로 따뜻하고 부드러운 느낌이었다. 아래 사진에서 오른쪽은 사람 한 명 들어가면 딱 맞는 샤워실이고 반대편은 변기만 있는 화장실이다. 중간에는 큰 거울과 세면대가 있다.




이렇게 험난한 하루가 끝났다. 첫 날 무리한 일정으로 많이 지친 상태였지만 4일이나 더 있었기 때문에 설레는 마음이 컸다. 히히. 다음 포스팅으로!